기업의 조세회피로 손실되는 막대한 정부 세입이 기후변화 대응에 쓰인다면, 2030년까지 세계 절반에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세계적으로 매년 6천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조세회피로 사라지는 가운데,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국가에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향후 15년 동안 필요한 연평균 투자재원은 5,07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됐다.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 국제본부는 새로운 보고서 ‘에너지 혁명은 가능하다’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파리협정 발효 이후 모로코에서 첫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 가운데, 위험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각국에서 화석연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대대적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지구의 벗 국제본부 경제정의 코디네이터 샘 코사길버트(Sam Cossar-Gilbert)는 “<에너지 혁명은 가능하다> 보고서는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하는 국제 사회가 선언을 넘어 행동에 나서기를 촉구하는 경종"이라며 "에너지 혁명을 위한 재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변화를 주도할 정치적 의지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조세피난처의 비밀 보호주의 타파를 통한 정부 세수가 늘어나면 보건, 교육, 청정에너지 등 공공 서비스를 위한 예산은 그만큼 증가될 수 있다. 지구의 벗은 조세피난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촉구하면서, 시민 주도의 소규모 재생에너지에 대한 재정적 지원의 확대를 요구했다.

한국도 지난 4일 파리협정을 비준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제출한 기후변화 대응방안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후퇴와 소극적인 재생에너지 정책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시민사회는 효과적인 재생에너지 지원 제도의 도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 수준으로, 25년간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다른 국가들이 화석연료와 핵에너지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제성을 보장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는 과도한 재정 부담 없이도 가능하다. 현재 20대 국회에서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을 위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는 제도 도입을 위한 재정 소요액을 연평균 1,296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연규 에너지기후 활동가는 “한국 정부가 그 동안 예산 부담을 이유로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을 거부해왔던 대목은 변화를 거부하는 구실에 불과하며, 정책 의지야말로 재생에너지 혁명을 위한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