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세기가 석유 시대인 '블랙골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인 '블루골드'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오후 대구 2시, EXCO에서 열린 '제7차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개회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해 주신 6개국 정상 및 정상급 인사와 국제기구 대표, 170여개국의 정부 대표단, NGO 관계자와 관련 전문가 여러분께 감사와 환영의 인사를 드린다"며 "지난 1997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시작한 세계 물포럼은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물 행사이자 인류의 미래를 논의하는 지구촌 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 대구·경북, 수질오염 슬기롭게 극복
박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물포럼은 과거 산업화에 따른 수질오염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한 대구·경북지역에서 개최하게 되어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산이 많고, 여름철에 1년 강수량의 3분의 2가 집중되는 특성 때문에 물 관리가 어려운 나라에 속한다"면서 "국민 1인당 이용가능한 물의 양이 세계 평균의 1/6분에 불과해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세계 최초의 우량계인 측우기를 발명하고, 많은 댐을 건설하는 등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위정의 중요한 덕목으로 삼아 물 관리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면서 "이는 국민들에게 중요한 물을 충분히 공급하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있어 튼튼한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 물 문제는 인류 공동의 과제
기후변화와 관련, 박 대통령은 "홍수와 가뭄의 발생 빈도와 심각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맑은 수질을 유지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이는 비단 한국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며,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물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관측되고 있고, 국제적인 물 분쟁도 확대되고 있다"며 "유엔환경계획(UNEP)은 '오는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물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 '제7차 세계물포럼' 개회식장 앞에서 진행된 KBS TV 공개 생방송.

박 대통령은 "물 문제는 이제 한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국지적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인류 공동의 과제"라며 "7차 세계 물포럼은 해결방안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물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실행'의 가치에 역점을 두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400여개 세션을 운영해 실천과제에 대한 추진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행사항을 점검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제7차 세계 물포럼' 성과를 지속 발전시켜서 차기 포럼과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 '대구·경북 국제 물 주간'을 창설하고,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역대 물포럼 개최국이 함께 참여하는 '월드워터파트너십'(World Water Partnership)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월드워터챌린지'·'K-Water 프로그램' 도입
박 대통령은 국제협력을 통해 물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적 물 문제 해결 방안을 공모해 시상하는 '월드워터챌린지'(World Water Challenge) 등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적극적인 활용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참여와 기여 ▲국제 물 분쟁 해결 및 화해 협력 등 세 가지 실천방향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공적개발원조(ODA)를 지속 확대해가고 있는데, 이중 약 10%를 물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며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 물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물 분야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한국의 물 관리 기술과 경험을 개도국에 지원하는 'K-Water 프로그램'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216개의 하천이 145개 국가를 관통하고 있다"며 "물과 관련한 대부분의 국제적인 분쟁이 국가 간 공유하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공유하천을 슬기롭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물길을 통해 남·북 긴장 완화
남·북 문제와 관련, 박 대통령은 "한국은 금년에 분단 70년을 맞는다"며 "70년 간 지속된 긴장 관계를 남북을 잇는 물길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을 관통하는 하천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남북이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개최되는 제7차 세계 물포럼을 통해 물과 관련된 국제분쟁의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평화로운 세상을 앞당겨 나갈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인류의 신화에는 항상 물이 등장한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들도 모두 강 유역에 자리하고 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대지를 비옥하게 해주기 때문"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물 문제의 창조적 해결을 통해 인류의 공생과 새로운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제7차 세계물포럼'에 참석한 정상 및 국제기구 고위급 인사들과 대구 계명한학촌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에는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알베르 2세 모나코 대공,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 물라투 에티오피아 대통령, 벤키란 모로코 총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엘리아슨 UN사무부총장이 참석했다.
< 환경기자회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