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안전하다는 문구가 들어가있는 옥시 사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

대법원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인체에 안전하다는 표시를 한 것과 관련해 옥시측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을 확정지었다. 이번 판결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기업차원에서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녹색소비자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하다는 표시가 허위라는 사실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2011년 4월부터 국내에서 급성호흡부전으로 임부 환자가 사망하는 등 폐질환 환자나 사망자가 속출하였다. 2012년 2월 3일 질병관리본부는 실험을 통해 가습기살균제의 주성분(PHMG, PGH)이 폐손상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발표하였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된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따르면 PHMG는 유해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가습기를 좀 더 건강하고 위생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첨가한 가습기살균제가 도리어 수많은 소비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2011년 9월 29일 성명을 내어 가습기 살균제를 즉각 회수하고, 근거 없는 허위 과장광고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사업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렇듯 회복할 수 없는 피해자를 양산한 제조·판매사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손해배상과 함께 재방방지에 노력해야 마땅하지만, (유)옥시레킷베키저(이하 ‘옥시’)는 도리어 자신이 판매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에 표시한 “인체에 안정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허위가 아니라는 취지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재판장 윤성근 부장판사)는 작년 8월 옥시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 제3부(주심 김신 대법관)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판결을 원고 패소로 판결을 확정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옥시 측은 재판과정에서 자신들이 제품에 ‘안전하다’고 표시하였지만 실제로도 안전한지에 대해서 스스로 증명할 책임이 없고, 도리어 “표시의 허위·과장성을 증명할 책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다행히 재판부는 옥시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는 이 사건 주성분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표시를 했고,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이 표시로 인해 제품이 인체에 안전하다고 오인할 우려가 있으므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허위·과장의 표시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제품의 안전성은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이다. 소비자의 8대 권리 중에서도 1번으로 꼽히는 것이 ‘안전할 권리’이다. 하지만 제품에 어떠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성분이 안정한지에 관한 정보는 오로지 제조사에게 있다. 보통의 소비자로가 제품에 표시된 어렵고 복잡한 화학성분명칭을 보고 그 제품이 안전한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 사건과 같이 유명 브랜드의 회사가 제품에 ‘안전한 성분’이라고 표시한 때에는 그 표시 내용을 그대로 신뢰할 수밖에 없다.

녹소연은 "이번 판결은 제품 성분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경우에는 제품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했다’고 표시할 수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확인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소비자는 ‘안전할 권리’가 있고 제품 성분에 대한 정보는 오로지 제조사에게 있는 만큼, 제품에 포함된 성분이 인체에 안전한지 여부가 확실히 검증되지 않는 한 ‘안전하다’는 표시·광고는 금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녹소연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품의 표시·광고 사항에 대해 모니터링하면서 잘못된 표시 사항을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