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권거래제 때문에 산업계가 울상이란다. 상당수의 신문들은 이러한 산업계의 목소리를 대신해서 함께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정말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그렇게 기업에 많은 부담을 주는 제도인가? 탄소 배출권거래제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고 가장 많이 징징대는 업계는 철강업계다. 철강 생산량을 줄여야 될 판이라고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은 다분히 ‘헐리웃 액션’에 가까운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왜냐하면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아니라도 철강 업계는 이미 생산량을 줄여야할 판이었다. 

Ernst & Young 이 발간한 ‘Global steel 2014’ 보고서를 산업연구원이 ‘세계 철강 산업 현황 및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ㆍ요약해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역에서 2012년 총 5,000만 톤 규모의 유휴 생산 설비가 폐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철강 산업의 과잉 생산 설비 규모가 2013년 현재 3.34억톤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구체적으로, 중국 정부는 자국 철강 산업의 생산 능력을 2018년까지 8,000만 톤 축소하는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총 1,500만 톤 규모의 총 노후화된 생산 설비를 2015년까지 첨단 기술을 보유한 최신 생산 설비로 대체하거나 폐쇄하는 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철강업계는 생산량 축소를 엉뚱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에게 뒤집어씌우지 말고 차근차근 생산량을 줄이면서 발생되는 손해비용의 일부를 온실가스 거래를 통해 완화시킬 방법을 찾는 게 좋을 것이다.

일부 환경단체의 경우 배출권 거래제 대신 탄소세를 다시 논의하자는 뒷북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탄소세는 이미 호주에서도 ‘인기 없는 정책’으로 낙인찍혀 폐기된 바 있다. 지난 국감에서도 한 번 등장했던 저탄소차협력금제가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탄소세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해당 제도는 다시 연기됐고 사실상 폐기됐다고 봐야한다. 환경단체는 이미 물 건너 가버린 탄소세 논의보다 당면 과제인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모색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전경련에서는 기업들이 부담해야할 비용이 12조 7천 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어떻게 해서 이러한 비용이 산출되었는지 모 신문사에서 꼼꼼히 살펴보니 다분히 의도적인 왜곡이 있었다.

이 비용은 톤당 만 원선에서 거래 될 때 과징금 3배를 합쳐서 계산한 금액으로 시장에서 매수할 경우 4조 2300억 정도의 비용이 발생된다. 그러니까 전경련이 밝힌 12조라는 비용은 모든 업체들이 추가감축을 하지 않고 4조의 비용을 3년 동안 모두 매수한다고 가정했을 때를 상정해 놓은 계산법이라는 것이다.

탄소 배출권제에 참여하는 기업은 현재 정부가 제공한 배출권량이 부족해 84개사가 3년간 2600억을 부담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비용역시 단순 계산으로 업체별로 나눠서 보면 연간 10억 정도의 금액이다. 대형업체의 경우엔 3년간 350억 정도라고 한다.

이 비용이 큰 것 같아 보이지만 업체들이 지불해야하는 이 돈은 ‘누진세’ 없는 싼 값으로 공업용 전기를 쓰는 대가라고 봐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전기세율은 헐값에 퍼준 ‘산업용 전력’에 들어간 비용을 시민들에게 고가의 비용을 물어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의 우려처럼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서 발전사들이 부족한 탄소 배출권을 사기 위한 비용을 전기세를 올려 충당하게 된다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 역시 힘없는 국민들이다. 산업계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앓는 소리를 멈췄으면 한다. 당장 전기세를 비롯해 물가 인상이 예상되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당신들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