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원전과 관련되어 터져 나오는 뉴스들을 보고 있다 보면, 속된말로 ‘개념을 상실’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원전의 위험성은 방사능 유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와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원전 내부 전산시스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직원 19명의 아이디와 비번이 그대로 유출됐다. 한수원의 발전소당 관리 인원은 1명에 불과했다. 

 원전 내 폐쇄회로TV는 설치 근거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영상물 저장기간도 지정하지 않은 채 아날로그 방식의 기기를 77% 넘게 사용해 고장도 빈번했다. 원전 내 보안구역을 식사 배달 차량이 수시로 출입했다. 협력업체 직원은 승인받지 않은 USB에 업무자료를 저장하고 다녔다. 전산 접속 기록 관리 기간은 고작 3일에 불과했다.

 원전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월성 1호기는 2009년 폐연료봉이 낙하해 방사능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5년 동안 은폐해오다가 들통이 났다. 울진 원전 2발전소는 원자력 발전시설 운영에 필요한 고압의 수소가스 충전을 감압밸브도 없이 해왔다. 감사가 있을 때만 감압밸브를 달았고, 일 년에 열 번 이상 호스가 터져 수소가 유출되는 것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떠맡긴 채 그대로 놓아두고 있었다. 감압밸브를 달아달라는 요청은 묵살되었다.

 한 학자의 말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0번 정도 사소한 실수가 반복되면, 1번은 큰 사고가 나게 되어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제2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우리나라에서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특히 올해 6월 S 방송사를 통해 알려지게 된 원전 납품비리는 그간 벌어졌던 원전 관련 문제 중에서 정점을 찍었다. 

상황이 이렇듯 심각한데도 앞서 말했던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와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의 보안 문제에 대해 한수원 측은 직원 한 명을 더 고용하는 것으로 끝을 내려 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으로 비유하자면 우리나라 원전은 현재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로 운전 중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무서운 건 이 만취 운전자의 운전면허를 취소시킬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는 브레이크도 없이 원전 확대정책을 펼쳤고 원전 산업은 한 해 매출액 20조 원을 넘는 황금알 산업이 되었다. 이 사업은 이른바 핵피아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원자력 산업체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나 고위 이사가 한수원과 특수 관계거나 전직 출신이기 때문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건강과 목숨이 달린 방사능 문제는 소수의 몇 사람에 의해 결정되며 철저히 은폐되고 있다. 설계 수명이 30년으로 끝난 월성 1호기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수원이 만든 안전성 평가 보고서 등 3개 기본 보고서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수명연장 최종 결정을 하는 위원들도 사본열람만을 허락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김익중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핵발전소 사고와 관련한 주요 은폐, 비공개 사례는 1984년부터 2012년까지 9개에 달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10번의 ‘사소한’ 실수가 한 번의 큰 사고로 이어지기까지 고작 1개의 실수가 남았다. 

원전은 과연 안전한가? 현재로써는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 위험하다. 원전을 움직이는 인간들이 가장 위험하다. 누구를 위한 원전인가? 핵피아들을 위한 원전인가, 국민을 위한 원전인가. 이제 원전을 원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