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17)가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협약을 만들기로 하고 전격 폐막됐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COP3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38개 국가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2% 줄이도록 하고 있다.

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대상국을 선진국에 한정하고, 전 세계 온실가스의 30%를 배출하는 중국과 인도 같은 개도국을 제외한 데다 18%를 배출하는 미국이 빠졌기 때문에 온난화 방지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도 이를 대체할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내년 말로 시효가 만료된다면 온난화를 막을 방법이 없어 많은 사람이 지구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 의정서를 최소 5년에서 8년 동안 연장하고, 그 사이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새로운 국제협약을 오는 2020년 출범키로 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대기 중의 수증기를 제외하고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공장과 자동차 등에서 배출하는 매연이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로 온난화를 부추긴 나라들은 산업화로 거듭난 선진국인 셈이다.

근래에는 개도국들도 합세하고 있다. 특히 영토가 크고 인구가 많은 중국, 인도 등은 후발국이지만 온난화 기여도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온난화 책임을 따지자면 선-후진국을 가릴 수는 없다. 그런데도 각 국은 자국의 산업보호를 위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물론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에 취약한 유럽연합(EU)과 작은 섬나라들은 '다투지 말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온실가스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국가의 강력한 압력으로 교토의정서를 연장하고, 새로운 협약을 만들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엄격한 검증과 감시 등 각종 제약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 그나마 개발도상국이라는 명분으로 의무감축국에서 빠졌기 때문에 이런 제약에서 빗겨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에서 7번째를 차지할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의무감축국에 포함돼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을 받아왔다.

우리는 의무감축국에 포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자진해서 줄이겠다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체제가 출범할 경우에는 의무감축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물론 그동안 의무감축국에서 제외됐던 중국, 인도 같은 개도국들도 의무감축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관련 설비의 확충이 불가피하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분야가 빛을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제조업을 비롯한 국가경제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과 새 체제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너고 넘어야 할 시련이라면 이를 기화로 국면전환의 선제적 대응이 최선의 대책으로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