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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보호 지역 까막딱따구리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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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7  09: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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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말에서 5월 중순까지 제일 많지. 대포만 한 카메라들을 들고, 난 그렇게 큰 건 처음 봤어.”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구운리. 산천어가 산다고 해 ‘산천어밸리’라고도 부른다. 계곡은 깊고 물은 차다. 한여름 밤, 서늘한 바람이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면 외투를 걸쳐야 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휴가철엔 피서객들이 유독 많다. 이 마을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산새를 찍기 위해 커다란 카메라를 둘러멘 사람들이 그곳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까막딱따구리. 미루나무 등 무른 나무에 구멍을 뚫고 번식을 하는 새이다.

 

‘천연기념물 보호, 우리의 의무입니다’란 경고문이 보였다. 수백 평 남짓, 타원형으로 커다란 울타리를 쳐놓은 것으로 보아 ‘천연기념물 서식지’를 의미한다.

“매년 사람들이 촬영한다고 극성을 피우니까, 군청에서 막아놓은 거지.”

울타리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주의사항을 붙여 놓은 것으로 미뤄 훼손의 심각성을 짐작케 했다.

“작년과 올해는 사람들이 좀 뜸한 것 같아.”

경고 문구는 2012년도에 붙였다. 그 이전, 사람들의 극성이 도를 넘었을 거란 추측이다. 울타리 안쪽엔 수십 그루의 미루나무가 빽빽하다. 수령이 족히 20~30년은 넘어 보였다.

미루나무는 무른 특성이 있다. 박달나무와 물푸레나무와 달리 미루나무 속살은 못이 쉽게 들어갈 정도이다. 

솔부엉이. 까막딱따구리와 어울려 사는 모습이 강원도 화천에서 포착됐다. [출처-문화재청]

 

딱따구리는 이른 봄 나무에 구멍을 뚫고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미루나무를 선호하는 이유는 구멍을 쉽게 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로운 터전을 위해 매년 반복해 나무에 구멍을 뚫었다. 해가 거듭되자 딱따구리도 요령이 생겼다. 전년도에 사용한 둥지를 보수해 쓰는 방법을 터득했다.

딱따구리, 솔부엉이, 큰소쩍새, 원앙도 나무구멍에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다. 천적을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어느 늦은 봄날, 뒤늦게 지난해 살았던 제집을 찾은 딱따구리 부부는 당황했다. 이미 솔부엉이 가족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집이니 내 놓으시오.’라고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들의 세계에선 선점이 우선이다. 솔부엉이는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며 딱따구리를 몰아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딱따구리는 옆 미루나무에 또 다른 구멍을 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이듬해엔 큰소쩍새도 찾아왔고, 성년이 된 새끼 딱따구리도 짝을 데리고 그곳으로 날아들었다. 원앙 가족도 합류했다. 그렇게 그곳은 새들의 낙원이 됐다. 

까막딱따구리가 미루나무에 구멍을 뚫었다.

 

자세히 보니 딱따구리가 이상하다. 일반 딱따구리와 달리 검정색이다. 사람들은 그제야 이 새가 천연기념물 242호로 지정된 까막딱따구리라는 것을 알았다. 몸 색깔이 까맣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얼핏 보면 까마귀와 비슷하다. 정수리 부분의 붉은 색만 없다면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재미있는 건 더불어 사는 솔부엉이, 큰소쩍새, 원앙 모두 천연기념물이라는 거다. 우연찮게  이들로 인해 ‘천연기념물 동네’가 형성됐다.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사진작가, 다큐제작 팀,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모 방송국에서도 단골처럼 매년 그곳을 찾았다. 한해 많게는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할아버지 표현처럼 대포만 한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다. 근접 촬영을 위함이다. 시끌벅적한 날이 저물고 밤이 찾아오면 조용해질 줄 알았다. 아니다. 불을 밝힌 사람들은 새들의 동선을 알리느라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야행인 큰소쩍새와 솔부엉이 촬영 팀들이다. 시끄럽기는 한낮과 다를 바 없었다.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해 울타리와 안내문을 붙였다.

 

숲 속 식구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큰소쩍새, 솔부엉이는 야행성인 반면 까막딱따구리는 낮에 활동한다.

경계심이 강한 까막딱따구리는 쉽게 집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그들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이다.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몇 번 둥지를 맴돌다가 허기가 진 아기새들의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둥지를 찾아 들었다. 적어도 5분 간격으로 먹이를 날라야 새끼들이 정상적인 발육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한 새끼를 키워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밖이 그렇게 소란스러운데, 옆 나무에 둥지를 틀고 잠을 청하는 큰소쩍새와 솔부엉이 가족 또한 편할 리 없다. 졸다 깨길 반복했다. 다시 밤이 찾아왔다. 먹이를 구해온 이들도 쉽게 새끼들이 있는 둥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낮에 잠을 설쳤다. 피로감 누적과 충분한 먹이 공급 차단, 소음으로 인해 새끼들의 까칠함은 더해갔다.

낮에 시달린 까막딱따구리도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큰소쩍새와 솔부엉이를 촬영한다고 불을 훤하게 밝힌 사람들 때문이다.

까막딱따구리와 큰소쩍새, 솔부엉이는 거기까진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들의 횡포는 도를 넘었다. 날아가는 모습 포착을 위해 나무에 앉은 새들에게 돌팔매질도 서슴치 않았다. 천연기념물 보호나 새들이 다칠 수 있다는 건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오직 한 컷의 사진이 목적이었다. 심지어 나무를 흔들기까지 했다.

‘이곳은 멸종 위기종인 까막딱따구리, 하늘다람쥐와 천연기념물인 큰소쩍새, 솔부엉이, 원앙 등이 서식하는 보호가치가 매우 큰 지역으로 안정적인 서식환경이 유지될 수 있도록 무분별한 출입 등 인위적인 간섭을 자제해 주시기 바라며, 특히 야간에 소음, 불빛 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절대 금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화천군청과 환경청에서 대책에 나섰다. 울타리를 치고 안내문을 붙였다. 새들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울타리를 넘어 위장막까지 치고 촬영한 흔적도 보인다.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안으로 들어가 위장막을 친 사람들도 있다.


생명과학 대사전은 ‘천연기념물이란,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하여 학술상 가치가 높은 동식물(서식장소 포함)이나 지질광물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 나라가 지정한 것. 진귀한 희소종 또한 멸종 위기종, 대표적 또는 고유의 식생, 거목 등이 천연기념물의 지정대상이 된다. 지정된 천연기념물을 보호하며 원칙적으로 현상의 변경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규정도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95조(사적 등에의 일수죄)엔 ‘문화재청장이 지정 또는 가지정한 사적, 명승 또는 천연기념물이나 보호구역을 침해한 자는 2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위와 같은 행위를 스스럼없이 한다.

우선은 천연기념물 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우리가 스스럼없이 하는 행위들이 그들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강력한 단속 시스템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서울시 '다정다감' 정책기자단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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