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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조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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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1.17  0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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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대륙의 아델리펭귄 루카리는 자못 심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젊고 패기 넘치는 펭귄 한 마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남극에 있는 우리들이야 아직 그럭저럭 살만하지만, 다른 곳의 펭귄 친족들은 사정이 말이 아니래요. 남아프리카 케이프 주(州)에 살고 있는 케이프펭귄은 유조선이 흘리고 다니는 기름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죠. 뉴질랜드의 노란눈펭귄은 인간이 들여온 육식 포유류에게 생존을 위협받고 있어요. 남극에 산다고 우리가 안전한 것도 아니지요. 이제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생존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거야 이미 우리들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무슨 수가 있겠어요? 알다시피 지구는 인간들이 좌지우지한지 오래지요. 우리가 모여서 얘기해본들 뾰족한 수가 있겠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펭귄은 '새'라는 겁니다. 날 수 있는 새 말입니다!"

 선언처럼 젊은 펭귄의 말이 울려 퍼지자, 루카리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곧 펭귄 무리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우리가 새인 건 맞긴 맞지만, 그게 뭐 어쨌다고. 기러기처럼 날아서 서식지를 옮기기라도 하자는 거야 뭐야. 저렇게 영양가 없는 소리는 알에서 나오고 처음 듣네."

 대놓고 무시하는 펭귄들도 있었지만, 생존의 위협을 몸으로 느껴봤던 펭귄들은 몸에 바짝 붙은, 이제는 날개라고 할 수 없는 지느러미를 흔들며 나는 시늉을 해보았다. 펭귄들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피어올랐다. 우리가 과연 날 수 있을까? 아니, 우리가 날 수 있었던 과거가 있긴 있었던 걸까?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우리의 조상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어요. 이젠 오히려 인간들이 펭귄에 대해 우리들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지경입니다. 여러분, 펭귄의 색을 알고 계신가요? '몸의 색깔은 인간의 턱시도처럼 흑백이다' 라고 알고 계시지요? 하지만 우리 조상 펭귄 중에는 불그스름한 깃털을 가진 것도 있답니다. 아쉽게도 그걸 밝혀낸 것조차 인간입니다만."

 붉은 털 펭귄이라고? 세상에…. 펭귄들은 이제 젊은 펭귄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젊은 펭귄은 최근 미국 텍사스주립대 연구진이 사이언스지에 보고한 3억 6천만 년 전의 펭귄 화석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아는 가장 덩치가 큰 펭귄은 키가 122cm에 이르는 황제 펭귄이지요. 하지만 이번에 페루 파라카스 국립자연보존지구에서 발견된 펭귄 화석을 연구한 결과, 키가 150cm나 됐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름은 '물의 왕'을 뜻하는 '잉카야쿠 파라카센시스(Inkayacu paracasensis)'로 붙여졌다고 합니다. 깃털의 색은 불그스름한 갈색과 회색으로 지금의 우리와는 꽤나 달랐지만, 우리처럼 힘차게 수영할 수 있는 지느러미 발과 촘촘한 깃털은 하늘을 나는 것보다는 물속으로 잠수하기에 적합한 모양이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엔 이 조상님은 우리보다 더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갔을 테니, 잠수도 더 깊게 했을 것 같습니다."

 귀 기울여 경청하던 펭귄무리에서 호기심 많은 어린 펭귄이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 3억 6천만 년 전이면 엄청나게 오래 전이지요? 그때 살던 조상님도 우리처럼 물속으로 잠수해 물고기를 잡아먹었다면, 우리 펭귄은 애초에 하늘을 날 수 없었던 것 아닌가요? 저는 우리가 새랑 닮긴 했어도 새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박식하기로 소문난 늙은 펭귄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인간들이 우리를 한 때 물고기 취급했다는 얘기가 생각나는구나. 물론 인간들도 우리를 보자마자 별다른 연구 없이도 날지 못하는 '새'라는 걸 알았지. 하지만, 그런 사실을 무시하고 '물고기'라고 우기기도 했단다. 우리 펭귄을 물고기와 연관 지은 것은 대게 단백질 섭취 때문이었어. 새가 아니라 물고기라면 '금요일에는 고기를 입에 대서는 안 된다'는 로마가톨릭의 교리를 거스르지 않고도 당당히 새 고기를 먹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1800년 무렵에 인간들은 펭귄을 물고기와 새의 중간쯤으로 여겼고, 새로운 항로와 신대륙을 찾아 항해에 나선 이들은 펭귄들을 무지막지하게 죽였다. 1578년 프랜시스 드레이크 경은 마젤란해협에서 하루에 3천 마리 이상의 펭귄을, 1587년 토머스 캐번디시 경은 배에 실을 식량으로 도합 3톤의 펭귄을 잡아 죽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밖에도 굶주렸던 수많은 항해 선원들이 펭귄 떼를 몰살했다.

 "우리가 인간에 대해 경계심이 없고 무리 지어 살기 때문에 인간에겐 더 없이 사냥하기 좋았겠지요."

 펭귄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늙고 지혜로운 펭귄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조상이 한때 날았다는 흔적은 우리 몸에 또렷이 남아 있단다. 우리의 가슴뼈는 새들의 그것처럼 발달되어 있어. 가슴 근육이나 오훼골(척추동물의 흉부를 형성하는 뼈의 하나. 위팔뼈 위쪽 끝의 앞부분에 있으며 어깨뼈, 빗장뼈와 함께 팔 이음 뼈를 구성한다.) 위의 근육이 단단히 붙어 있도록 충분히 발달되어 있지. 또 꽁무니뼈도 우리의 조상이 날았다는 증거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 어떤 새든 부채꼴로 늘어선 꽁지깃이 있지. 그 꽁지깃을 지탱하는 작은 꽁무니뼈가 있는데, 이것은 공기역학적 효과와 실용성 측면에서 꼬리뼈의 끝부분은 생략되어 작은 돌기모양의 뼈가 되어 버린 것이야. 우리에게도 바로 그 새와 같은 작은 꽁무니뼈가 있단다. 고도로 발달한 정교한 작은 골 역시 언젠가 우리 조상들이 순식간에 방향과 자세를 바꿔가며 고도의 조종 능력을 발휘해 하늘을 날았다는 증거란다."

 수천, 수만, 수백 만 년 전의 펭귄이 진화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어 왔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지만, 까마득한 과거 언젠가 하늘을 나는 펭귄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천, 수만, 수백 만 년의 시간이 또 흐른 뒤 이 지구 어딘가에 마치 TV 광고 속 한 장면처럼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르는 펭귄이 다시 등장하게 될까? 그런 날을 상상해 본다. < 저작권자 © 환경법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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