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제 47차 UN총회는 날로 심각해지는 물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했다. 이후 93년부터 매년 정부기념식 및 각종 행사 홍보를 실시해온 것이 올해로 17년째다. UN이 올해 지정한 세계 물의날 주제는 바로 “Transboundary Water”이었다. 국경을 초월한 물, 지역 간, 국가 간 공유 하천 및 수자원의 합리적인 이용과 관리를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낙동강은 살아있다.’ 지난 17일 생명의강 연구단이 17일 발표한 ‘낙동강 현장조사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연구단은 아예 낙동강 속까지 들어갔다 나와 강이 살아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이를 가지고 연구단은 낙동강 등 4대강이 썩었기 때문에 정비사업을 통해 강을 살려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기자회견 이후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이 반박은 계속됐다. 한 발표자는 ‘현재 토론회장에 여당 위원들이 없다는 것은 참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심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거침없이 쏟아졌다.
왜 여당 위원들이 토론회장을 참여하지 않았는지, 그 속을 들어가보지 않았기에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 역시 강이 살아있다는 이 기쁜 소식이 나와 다른 편의 주장을 가진 사람을 판단하는 근거로 작용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환경은 수단이 아니다. 현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이란 이름 하에 강을 개발 수단으로 바라본다는 의견의 초점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물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뤄지는 각종 기념식과 행사를 보면서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요즘처럼 환경 부분에 관심이 기울여지고 다양한 사업들이 전개된 것도 드물었다. 거기다 최근 붉어진 강원도 물 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세계 물의 날은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의도야 어떻든 정부도 시민단체도 이를 두고 각종 활동을 펴내고 있으니 시끌벅적함 자체도 반가울 정도다. 하지만 씁쓸한 점은 그거다. 도대체 한국의 물은 각계의 입장에 막혀 흘러갈 줄을 모른다. 서로 뜻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물은 다시 막혀버린다. 하천을 정비하든, 강물 자체가 회복이 되든, 아니면 하천 주변을 개발하여 환경을 조성하든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되는 문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길을 내어줘서 흘러가게 해야 물은 살아난다. 다른 한편으로 물은 막아야 한다. 그래야 그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고 동, 식물들이 물을 마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보전과 다스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전도 필요하고 다스림도 함께 필요하다. 어느 한쪽만 주장하다보면 결국 다른 한쪽은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해낼 뿐이다. 올해 물의 날 주제가 국경을 초월한 물이란 점을 다시 상기해볼 일이다. 내 입장이 맞다고 강물 속까지 들어갈 열정으로 남을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보전이란 명목아래 행해지는 개발로 국민들의 눈을 속이는 것도 당치 않다. 우리 사회 물이 국경을 초월 할만큼 그렇게 신나게 흘렀으면 한다. 그 흐름을 막는 것이 정부든 시민단체든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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