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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토론회라는 이름이 무색한 토론회
한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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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12.22  0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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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수상해 일도 많고, 말도 많고, 갈등도 많다. 그러나 넘치는 말의 향연 속에, 갈등을 통한 혼란 속에서 해답을 향한 대화와 화합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험한 세상이란 이런 요즘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가 본디 대립되는 세력의 투쟁의 장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투쟁의 방법에는 엄연한 수준이 존재한다. 그럼 우리가 갈등과 서로 다른 의견을 풀어가는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진다.

다양한 사안이 산재해 있어 사회 곳곳에서 포럼, 토론회, 심포지움 등 갖갖이 형식의 의견수렴과 대화의 장이 열린다. 연일 국회 앞에는 각종 사안에 대한 토론회 등을 알리는 펼침막이 길거리에 나부끼고 있다. 너무도 많아 국민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기에도 바쁜 국회의원들이 저런 다양한 소재를 갖고 국민의 소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려 노력하는 것에 감탄할 지경이다. 하지만 실상 취재를 나가 느낀 그 일부 현장의 모습은 역시 우리의 사회적 담론에 대한 대화의 수준과 형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첫째, 지나치게 형식적이다. 회의실 앞을 두르는 화환의 수는 그 토론회 및 심포지움 등을 주관한 의원의 힘을 가늠하는 잣대이다. 서민경제가 어려움은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불과 몇 시간을 위해 늘어서 화환은 그 유용성을 찾기가 어렵다. 서로가 인사치례를 하는 데야 딴지를 걸 맘이야 없지만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를 하는 일에 축하의 꽃다발은 어색하고 낭비일 뿐이다. 당연한 일에 축하가 웬 말인가. 민생을 챙기느라 바쁜 가운데 이런 일도 하시나요라는 식의 그들끼리의 인사방법이 아니라면 말이다.

둘째, 시간이 없다. 정해진 일정은 4시간이건, 6시간이건 매번 토론회의 모습은 시간에 쫓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개가 길다. 귀빈이 많으니 막상 발제자와 핵심인 토론의 시간은 줄어드는 주객의 전도현상이 벌어진다. 물론 그 귀빈은 끝가지 자리를 지키지 않으며, 지극히 정치적 행위에 따라 온갖 행사에 얼굴을 비치는 요식의 일종이다. 중간에 들어오든, 행사 중간에 들어오든 그 소개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불문율이다. 그들은 정확하게 인사만 하고 그 자리를 떠난다. 단상에 위에 걸린 화려하고 거창한 토론의 주제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내용이 없다. 또는 형식적 명칭을 달리해야 한다. 토론이라 함은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이 모여 새로운 합의점을 찾거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이지만 현 토론회, 포럼, 심포지움 등 모두 같은 형식이다. 주제발표, 주제발표, 좌장을 앉히고 하는 조금 다른 주제발표 순이다. 일방적 발표와 일방적 듣기만이 있다. 나와 다른 의견은 어디에도 없다. 쌍방향 의견소통의 장이 아니다. 시간이 없으니 그나마 준비한 내용도 줄여야 한다.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고, 다른 의견의 충돌로 빚어질 수 있는 생산적인 대안과 사고의 확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방적 비판이든가 찬양 일색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고민하는 가장 일반적인 모습 그대로이다. 일각의 모습일 수도 있겠으나 이것이 우리가 자연스레 소통의 장이 막혔다고 말하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으로 읽히기도 한다. 과거 자신과 다른 의견을 접하고, 풀어가는 데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던 우리는 다름에도 익숙하지 않고, 타인과 의견을 조율하는 데도 미숙하다. 시간이 흘러 새로운 매체의 발달과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괄목할만한 소통의 수준과 의미를 확보하고 있지만, 우리를 대변하는 국회의 모습은 아직 진화하지 못했다.

현재 일부 악플러를 잡으려 인터넷 전체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원천에 봉사하려는 사이버 모욕죄가 입법 추진 중이다. 언론 장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모습 그대로 우리의 수준이다. 더도 덜도 없는 천박한 수준이다. 말이 막힌 사회, 남은 것은 침묵하거나 행동하거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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