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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우리의 야생동물(포유동물)이야기 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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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9.01  0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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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

곰은 구석기시대의 선인으로부터 근대 이전의 한민족에까지 역사, 문화, 종교적으로 신성시되어 온 동물이다. 건국신화에서 보여주듯이 반달가슴곰은 한민족에 있어 모신적 존재이다. 즉, 문화?역사적으로 약 오천년 전부터 이 터전 위에서 우리 선인들과 생활하여 왔다. 하늘에서 환웅이 내려와 세상을 다스릴 때,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곰과 호랑이를 시험한 결과 호랑이는 떨어지고 인내심 강한 곰만 여자로 변해 환웅의 아들을 낳았다. 그가 곧 단군왕검이니 곰은 우리 한민족의 조상이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반달곰은 조선총독부에 의해 자행된 해수구제(害獸驅除)라는 명목 아래 전국적으로 남획되어 그 수가 감소되었다. 그리고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전쟁 후부터 1972년 수렵금지조치 전까지 20여 년 동안 곰의 쓸개인 웅담을 채취하기 위하여 지리산 일대와 강원도에서 각각 100여 마리 이상 포획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더욱이 국내 웅담이 사라지자 국외에서 웅담을 구입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일례로 1990년대 말에는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웅담의 90%를 한국 사람이 소비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외국의 야생동물 보호론자들은 이러한 우리의 행동을 보고 자기네 조상을 잡아먹는 무식한 국민이라 비난까지 하였다. 야생동물 보호에 관한 국제회의에서는 한국이 전세계 곰의 멸종을 초래하는 국가라 하여 차가운 눈총을 보냈다. 일부 외국의 NGO는 자기 나라 정부에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드는 일은 우리나라의 자연에서 현재 살고 있는 반달곰의 마리수가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즉, 생태학적 근거로 볼 때 몇 마리 남지 않은 반달곰은 근친교배로 유전자 다양성이 하락하고 결국 멸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계속하여 개체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공 증식된 개체를 자연으로 보내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이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인공증식된 개체는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의 먹이 찾는 능력이 약하여 먹이가 부족할 때 인가 근처로 내려와 문제를 일으켜 다시 잡히거나 자연에서 죽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지리산 반달곰 복원 사업도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극복해야 성공할 것이다.
앞가슴에 반달 모양의 V자 문양을 지닌 반달곰은 주로 1,500m 이상의 고산지대 활엽수림에 서식한다. 일반적으로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나무구멍이나 동굴, 또는 갈라진 바위틈에서 잠을 자지만 좋아하는 과실이 익는 시기에는 낮에도 활동한다. 둔하게 생긴 몸집과 달리 시속 40㎞로 1시간을 달릴 정도로 끈기가 대단하며, 한번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해내고 마는 집착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벌집을 발견하면 벌들이 떼로 달려들어 쏘아대도 기어코 벌이 들어 있는 벌집을 통째로 먹어버리고 만다. 물론 벌꿀은 아주 좋아하는 먹이이긴 하다. 멍청한 사람을 보고 ‘미련 곰탱이’라고 하는 것은 곰의 이런 성격에서 나온 말이다.
반달가슴곰은 북극곰이나 불곰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 행동이 재빠르고 나무에도 잘 오른다. 앞발에 붙은 강한 발톱으로 나무를 찍어 누르며 올라간다. 그래서 나무에 발톱 자국이 있으면 반달곰이 근처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통은 네 다리로 걸어 다니며, 뒷다리로 서서 앞발바닥으로 싸우기도 한다. 곰의 시력은 별로 좋지 않지만 후각은 상당히 발달해서 1㎞ 떨어진 곳의 먹이감이나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주로 나무 열매나 식물의 새싹, 무척추동물, 물고기, 작은 포유동물 및 시체를 먹지만 이런 먹이가 부족할 때는 들소만한 대형동물의 목을 물어 잡아먹기도 한다.
먹이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봄에는 식물의 새싹이나 버찌?가재 등을 즐겨 먹고, 여름에는 식물의 열매와 작은 포유동물, 곤충?무척추동물 등의 동물질을 많이 먹는다. 그리고 가을에는 꿀?도토리?머루?다래 등을 즐겨 먹는다. 도토리를 먹을 때는 나무 위에 올라가 지름 5㎝ 정도 되는 가지를 꺾어 새의 둥지처럼 만들어서 그것을 받치고 앉아 따먹는다. 이것을 ‘상사리’라 부르는데 곰의 서식을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흔적이다.

   
 

대륙사슴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는 무사들이 사슴을 향하여 활을 겨누고 있는 수렵도가 그려져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왕들이 사슴을 사냥하여 조상들의 제사에 바쳤다는 얘기가 있으며, 난중일기에는 이순신 장군이 하나의 활로 두 마리의 사슴을 잡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와 같이 사슴은 우리의 자연에서 쉽게 보고 사냥하던 동물이었으나 지금은 사라졌다.
사슴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녹용 때문이다. 사슴의 뿔은 매년 3~4월경에 빠지고 새로 발생하는데 이때 새로 나온 뿔을 약 2개월 후 자른 것을 녹용이라 하며 이 뿔이 사람의 건강에 효험이 있다고 여겨져서 비싸게 거래된다. 그래서 우리의 농가에서는 녹용이나 고기를 얻기 위해 많은 사슴을 인공사육하고 있는데 이들 사슴은 모두 미국, 뉴질랜드, 대만, 일본 등에서 수입한 개체들이다. 흥미 있는 사실은 뉴질랜드의 경우 사슴이 서식하지 않지만 외국에서 도입한 개체를 증식하여 우리나라에 엄청난 양의 녹용을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생동물 자원의 중요성을 생각하게끔 하는 대목이다.
세계적으로 사슴과에는 41종의 사슴이 있다. 한반도는 꽃사슴이라 부르는 대륙사슴과 백두산 일대에만 서식하며 말사슴이라 부르는 백두산사슴 등 2종이 있다. 백두산사슴은 몸무게가 75~340㎏으로 사슴속에서 가장 큰 종이며, 대륙사슴은 25~130㎏으로 우수리 지방, 만주, 한국, 티벳고원의 동부를 포함한 중국의 대부분, 베트남 북부, 일본, 대만 등에 분포한다.
안타깝게도 남한에서 대륙사슴은 이미 멸종한 것으로 보는데 사라진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일제시대에는 경기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황해도, 평안남도, 함경남?북도에서 포획된 기록이 있다. 이 후 1950년대 초까지 소수의 개체가 명맥을 유지하다가, 6?25전쟁 이후에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밀생한 하층 식생이 있는 산림지대를 선호하지는 하지만 습지와 초지를 포함한 다양한 서식지에 잘 적응한다. 계절에 따라 700m의 고도를 왔다갔다하며 여름에는 겨울보다 더 높고 넓은 지역에 서식한다. 주로 어두워질 무렵부터 새벽까지 활동을 하나 때때로 낮에도 활동을 하며, 활동영역이 600~900ha에 이르다.
대륙사슴은 큰 무리를 짓지 않고 작은 집단을 이루지만 한 개체씩도 종종 관찰된다. 특히 암컷 어미는 새끼들과 함께 생활을 하며 수컷 새끼들은 1~2세에 어미를 떠난다. 어미 수컷은 연중의 대부분을 거의 단독으로 생활하며, 발정기 후 뿔이 떨어졌을 때 함께 무리를 짓는다. 일부다처제의 사회구조로서 수컷들은 세력권에 12마리까지의 암컷을 거느린다. 여름에 수컷들은 세력권을 만들기 시작하며, 세력권의 경계를 오줌과 발로 땅을 긁어서 표식을 한다. 세력권 안에 침입한 다른 수컷들을 쫓아낼 때는 뿔과 발굽을 사용해 격렬하게 싸운다.

   
 

멧토끼

“달에는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 찧는 토끼가 살고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할머니의 구수한 옛날이야기에서 토끼를 만나며 정답고 친숙한 감정을 느껴왔다. 그만큼 토끼는 우리에게 반가운 동물이다. 낙랑시대 유물에 새겨진 토끼, 달의 상징동물로서 두꺼비와 함께 투각된 고구려 고분벽화, 신라시대의 토끼 토우, 조선시대 화가들의 토끼를 소재로 한 그림들, 토끼의 간 이야기를 다룬 <별주부전>, 동화와 동요에 이르기까지 토끼는 우리 문화의 다양한 분야에서 상징적 존재로 나타났다. 이야기 속의 토끼는 연약하지만 꾀 많은 동물로 등장한다. 그렇게 순진하고 겁이 많으면서도 영특함이 돋보이는 토끼의 성격은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성격과 비슷해서 우리의 마음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멧토끼는 산림과 인접한 개활지의 억새나 관목이 무성한 지역에 주로 서식하며 밤에 활동한다. 1,000m 이상 되는 높은 산에 살기도 하지만 대부분 해발 500m 이하의 야산에 산다. 행동권은 10~20ha로 아주 넓지만 이동할 때는 거의 일정한 통로를 이용한다. 그리고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단독생활을 한다. 초본류를 먹고사는 이들에게는 천적이 너무도 많다. 육식동물인 호랑이, 늑대, 곰, 여우, 너구리, 삵, 올빼미, 수리부엉 등은 모두 토끼를 잡아먹는다. 그래서 멧토끼는 예민한 귀와 빨리 달릴 수 있는 뒷다리가 발달해 있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하여 투쟁을 하는데, 앞다리를 들고 권투를 하듯이 싸움을 하며 때로는 뒷다리로 상대편을 차기도 한다. 싸움에서 이긴 한 마리의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과 교미를 하는데 주로 밤에 이루어지며, 봄부터 가을까지 3~4회 계속된다. 이렇게 번식력이 왕성하니 멧토끼의 수가 굉장히 빨리 증가될 것 같으나 이들은 태어나서 1년 안에 50~80%가 죽을 정도로 사망률이 높아 개체군의 크기가 항상 자연적으로 조절된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멧토끼는 여우, 늑대, 오소리, 족제비, 삵, 너구리 등과 같은 많은 천적에게 많은 먹이를 제공하여 생태계 균형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같이 번식률이 높으면 사망률 역시 높아지는게 자연생태계의 기본 원칙이다. < 저작권자 © 환경법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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