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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우리의 야생동물(포유동물) 이야기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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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6.30  0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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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비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체면도 염치도 없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족제비의 거칠고 공격적인 성격에 비유한 것 같다. 반면 족제비는 상당히 자존심이 세고 털에 대한 사랑도 각별한 동물이라 한다. 앞에 물웅덩이가 있고 뒤에서 사냥꾼이 쫓아오면 물웅덩이를 지나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사냥꾼에게 그대로 잡힐 정도로 자신의 털을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또한 영국의 우화에 따르면 족제비가 정직, 청렴, 결백, 정의 ,공정성, 법 앞의 평등 등에 중요한 의미가 있어 판사님 뿐만 아니라 종교 지도자들도 중요한 회의 때면 꼭 족제비 털을 두르고 참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와 같이 문화적으로 족제비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회적 측면에서의 족제비에 대한 평가는 농가 주변에 서식하면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쥐들을 잡아먹어 이로운 동물이라고 여기는 한편, 농가의 닭장에 침입하여 닭을 물어 죽이는 해를 끼치는 동물이라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족제비에 의한 가축 특히 닭의 피해는 무시할 정도로 작아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고 본다. 쥐를 없애주는 것 말고도 해방 후 경제가 어려웠던 시기에 수출용 모피를 제공하여 국가경제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모피 생산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은 한국의 족제비 모피가 경제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여 1930년경 모피를 생산하기 위해 한국 족제비를 자기 나라로 도입하고 인공증식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사육 중인 한국 족제비가 탈출하여 자연에 적응하였고, 일본 족제비와 경쟁이 붙어 일본 족제비를 산속으로 몰아내고 농경지와 도심지의 좋은 영역을 차지하였다. 지금도 구주 전역과 본주의 남쪽으로 분포 영역을 넓혀 살아가고 있다. 많은 설움을 당한 우리에게 그래도 위안이 되는 이야기이다.
모피 외에도 족제비의 꼬리털은 붓의 재료로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데 황모라 하여 가격이 비싸고 인기가 좋다. 그래서 족제비는 꼬리를 보고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족제비 꼬리털로 매는 붓이 붓 중에 으뜸이기 때문인데 황모필은 고려 때부터 사신이 오면 몇 자루씩 하사하던 것이었다. 그만큼 귀중한 것으로 우리나라 토산품이었다. 특히 붓이 힘이 있어 작은 글씨, 서예, 단청, 제도, 도안 등 섬세함을 요하는 일에 주로 사용했다.
이처럼 족제비는 붓으로, 모피로 인간에게 귀한 물품을 제공했지만 한때 모피 수집을 위한 포획과 족제비의 먹이인 쥐를 잡기 위해 쥐약을 대량 살포에 다른 2차 피해로 개체군이 감소하였다. 다행히도 지금은 밀도가 많이 회복되었으며, 자동차에 의한 로드킬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족제비는 몸이 길고 다리가 짧으며 얼굴은 뾰족하다. 머리는 삼각형에 가까우며 귀는 짧고 굵다. 겨울철에 등 부위는 밝은 황갈색 또는 담황색이며, 옆구리와 배 부위는 등보다 더욱 엷은 색이다. 여름철의 털은 듬성듬성한데, 겨울철보다 더 어둡고 짧고 거칠다. 입 주변에서 아래턱에 뚜렷한 흰 무늬가 있으며 수염은 갈색이다. 발바닥에는 털이 거의 없다.
족제비는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의 산림에도 적지 않게 서식한다. 다만 크기가 작고 낮에는 거의 활동하지 않는 야행성 동물이라서 쉽게 보이지는 않는다. 행동이 민첩하고 청각과 후각이 발달하였으나 시각은 약한 편이며, 나무에도 잘 오르고 수영도 잘 한다. 가을에는 숲에서 마을로 이동하며 먹이가 부족할 때 먼 거리를 이동한다. 성질이 좀 사나운 편이어서 먹이를 거칠게 공격하고, 단지 죽이기 위해서 습격하기도 한다. 주변을 살필 때에는 앞다리를 들고 하는 습성이 있다. 여우·담비·독수리·올빼미 등의 천적을 만났을 때는 항문 양쪽에 있는 한 쌍의 항문 샘에서 악취가 나는 노란 분비액을 내뿜어 자신을 보호한다.
보금자리는 속이 빈 나무를 이용하기도 하고, 나무뿌리나 통나무의 밑, 돌 틈, 쥐의 굴 또는 건물 안에 만드는데, 동물의 털과 마른 식물로 내부를 꾸민다. 종종 벌채한 잡목을 쌓아놓은 더미 속에서 번식하기도 한다. 주로 소형 설치류를 먹고, 알·개구리·물고기도 잡아먹으며, 추운 겨울을 대비해 미리 먹이를 저장하기도 한다.
담비, 오소리, 수달 등 족제비과 동물들이 다 그렇듯이 족제비도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크다. 이것은 번식기에 크고 유전적으로 우량한 수컷만이 암컷과 짝짓기를 함으로써 수컷들은 몸이 크게 진화해 왔고, 혼자서 새끼를 키우는 암컷들은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고 쥐의 굴처럼 좁은 곳에도 쉽게 거처할 수 있도록 몸을 작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수컷의 몸길이는 28~46㎝이고 암컷은 몸길이 25~30㎝이다.
겨울잠을 자지 않으며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에 벌어진다. 여러 마리의 수컷이 암컷 한 마리를 쫓아다니며 격렬한 투쟁을 하다가 가장 강한 수컷이 암컷과 교미하게 된다. 31~34일의 임신 기간을 거쳐 4월~6월 사이에 평균 5~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어미의 보살핌 속에서 살다가 8월 말경에 어미를 떠난다. 그러나 새끼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을까지 함께 다니다가 그 뒤에 헤어져 완전 독립생활을 하게 된다.

국립환경과학원 생태복원과장 유병호 박사
< 자 료 : 한국자연환경보전협회> < 저작권자 © 환경법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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