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너머에 시도가 있다. 시도를 지나면 모도다. 세 섬은 삼형제 섬이라고 불린다.
몇 해 전부터 연륙교로 이어졌다. 이젠 하나의 섬이다.
삼형제 섬은 서울에서 가까운 촬영지 섬이다. 2004년 이후 매년 한 편씩의 영화나 드라마 제작진이 다녀간다.
신도에는 드라마 <연인>의 세트장이 있다. 이서진, 김정은 커플을 맺어준 드라마다. 시도에는 한류드라마 <풀하우스>와 <슬픈연가>의 흔적이 고스란하다. 모도에는 김기덕 감독의 <시간>을 촬영한 배미꾸미조각공원이 있다. 섬 여행은 보통 이들 촬영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1박할 생각이 아니라면 모도에서 시도, 신도 순으로 동선을 짜기를 권한다. 신도에서 멀어지고 모도에서 가까워질수록 목가적이다. 여행의 즐거움이 더한다. 물론 순서는 어떻게 잡아도 무관하다.
이동은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로 갈아타고 10분 남짓하다. 승선하자 곧 하선이다. 신도에 내리면 시내버스가 대기한다. 한 시간 단위로 세 섬을 순환하는데 배 시간에 맞춰 운행되니 편리하다. 신도선착장에서 모도종점까지는 버스로 15분쯤 걸린다. 길은 삼형제 섬을 모두 일별하며 달린다. 신도에는 펜션 건설이 한창이다. 그 모양새가 하얀 별장식 펜션인데 비슷비슷하다.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시도를 따라서는 길가의 포도밭이다. 시도는 포도가 맛있기로 소문났다. 노루섬을 지나자 시도모도연륙교다. 한 때는 잠수교의 재미를 간직했었다. 이제는 부쩍 높아진 다리 위에 가로등만 가지런하다. 낚시꾼들에게는 여전히 소문난 명당이다. 연륙교를 지나자 길가로 어망들이 들고난다. 어망에 물고기 대신 풀(茅)만 가득 차서 모도(茅島)라 이름 지었다더니만, 옛 사람의 탐욕스런 꿍꿍이가 의심스럽다.
영화와 포스터에 등장하는 조각공원이다. ‘사랑해요’라는 붉은 글씨가 적힌 대문을 지난다. 모도라는 이름의 검은 개가 꼬리를 치며 따라온다. 지난해 심었다는 200여 송이의 튤립도 이제 곧 꽃을 피워낼 기세다. 작품은 펜션과 카페를 중심으로 100점이 넘는다. 반경 5m가 넘는 대형 작품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도 있다. 대부분 성애(性愛)를 주제로 한 초현실주의 작품이다. 신랄한 묘사가 익살스럽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게도 한다. 하지만 해변에 있어 독특한 풍광을 자아낸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제 멋을 뽐낸다. 심지어는 소나무 위에도 걸렸다. 해변의 끄트머리에는 커다란 배 한 척이 운치를 더한다. 일박할 요량이라면 배미꾸미조각공원의 낙조 또한 놓치지 말아야할 보물이다. 버스종점에서 배미꾸미조각공원 가는 길에는 갈대밭도 아름답다. 햇볕을 머금은 갈대들이 봄바람에 파르르 떨린다.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숨결이다. 마을의 전경도 푸근하다. 모도는 삼형제 섬 가운데 가장 작고한적하다. 개들은 나른한 봄볕 아래 사지를 늘어뜨린 채 낮잠이다. 슬레이트와 합판을 덕지덕지 댄 낡은 건물도 온화하다. 시간은 천천히 또는 아주 은밀하게 흐른다. 사랑 이야기에 붙여진 <시간>이라는 생뚱맞은 제목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허기가 진다면 영양굴밥 한 그릇도 좋다. 돌솥알밥에 생굴과 야채를 넣고 비벼먹는데 맛이 괜찮다.
<풀하우스>와 <슬픈연가> 세트를 가기 위해서는 모도의 시도교회 앞에서 버스를 내린다. 노란색 시도교회도 독특한 외관이 볼거리다. 시도교회 맞은편 길로 들어선다. 초입에는 마을경로당이다. 자전거를 빌려준다. 촬영지까지는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다. 2시간에 2000원이라지만 크게 시간에 구애를 두지 않는다. 두 드라마의 촬영세트는 다소 떨어져 있다. 먼저 <풀 하우스>세트를 향한다. 길 좌측의 고갯길 너머다. <풀 하우스>세트는 목재데크에서 곧장 바다 모래사장으로 가닿는다. 삼형제 섬 최고의 해수욕장인 수기 해변의 풍광이 낭만을 더한다. 권상우, 김희선 주연의 <슬픈연가> 세트는 길 끝이다. 언덕 위의 전망 좋은 장소다.
주변으로 펜션 공사가 한창이라 조금 어수선하다. 세트 옆 샛길은 수기해변을 따라 <풀하우스>세트까지 이어진다. 섬의 바다 전경은 <슬픈연가>세트가, 바다를 직접 느끼기엔 <풀하우스> 세트가 낫다. 두 곳 모두 실내 입장 시에는 입장료 5000원을 받는다. 고급 펜션이나 별장의 내부다. 조금 비싼 편이다.
세트만으로는 오히려 신도의 <연인>촬영장이 볼 만하다. 신도는 <연인>을 촬영하기 전까지는 시도와 모도의 입구 구실이 다였다. <연인> 후에는 드라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연인>의 촬영지는 세트라기보다 세트장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교회와 집들이 자그마한 마을을 이룬다. 신도산착장의 반대편에 위치해 찾아가는 길이 꽤 험하다. 다만 삼형제 섬에서는 1박하지 않는 이상 서해 일몰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해가 지기 전에 마지막 배편이 끊긴다. 그저 삼목선착장에서 그 섭섭함을 달랜다. 지난해까지는 서울 영등포나 당산에서 삼목선착장까지 301-1번 버스가 운행됐다. 현재는 폐지됐으나 인터넷 상에서는 그 정보가 남아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다. 대중교통은 한두 차례 환승은 각오해야 하므로 가능하면 자가용을 권한다. 시간 차이가 많이 난다. 페리호를 이용해 자가용을 섬에 가져 갈 수도 있다. 삼도선착장에서 신도 간 배편은 돌아올 때 왕복 뱃삯을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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