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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재근 박사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대외부회장현 한국환경영향학회 고문
전 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전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전 국무총리실 수계단 자문위원전
한국자연보존협회 23,24대 회장
전 한국물환경학회 회장(9대)
전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
2025년, 한국이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의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1995년 1월 1일, 환경부는 생활폐기물 배출량을 줄이고 자원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쓰레기 종량제를 전면 도입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환경 위생과 지속 가능성을 향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전환점이었다.
1990년대 초반, 한국은 심각한 쓰레기 대란에 직면해 있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쓰레기 배출량은 급증했지만, 매립지와 소각장은 부족했다.
특히 대도시 주변 지역에서는 쓰레기 처리시설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거셌으며, 이에 따라 불법 투기와 무단 소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당시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 부담 원칙을 도입하여, 쓰레기를 많이 배출할수록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종량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종량제 시행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큰 혼란이 발생했다. 1994년 12월, 시민들은 종량제 봉투를 사야만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다는 부담감에 미리 버릴 수 있는 모든 쓰레기를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심 곳곳에는 쓰레기 산이 형성되었고, 일선 지자체들은 이를 처리하느라 몸살을 앓았다. ”쓰레기 대소동”이라 불리는 이 사태는 종량제 도입이 시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초기 반발과 시행 과정의 어려움
종량제 도입 과정에서 폐기물 업자들의 반발도 극심했다.
당시 환경처 폐기물정책과장이었던 심재곤 박사(현 환경인포럼 회장)는 “폐기물 업자들에게 살해 협박을 받을 정도로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사표를 품고 사생결단으로 추진했다”고 회고했다.
시행 초기에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가짜 종량제 봉투가 유통되면서 불법적인 쓰레기 처리가 이루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종량제 봉투 도난 사건이 잇따랐다.
시민들은 처음 접하는 정책에 혼란을 겪었고, 민원이 폭증했다. 쓰레기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불법 투기가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이 시행된 지 불과 열흘 만에 종량제 봉투 사용률이 평균 90%에 육박하며 빠르게 정착했다. 초기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종량제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쓰레기 배출량 감소와 환경 위생 개선
쓰레기 종량제 도입 후, 가장 극적인 변화는 쓰레기 배출량 감소였다. 1994년 1인당 연간 쓰레기 배출량이 778kg에 달했으나, 1995년 시행 이후 350~380kg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적 변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환경 보호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종량제 도입은 재활용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시행 초기 재활용률은 35% 증가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약 3천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었다. 자원의 순환과 재사용이 강화되면서, 한국은 폐기물 관리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해충 감소와 공중위생 혁신
쓰레기 종량제 도입이 가져온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공중위생 개선이었다.
국립환경연구원 수질연구부장이자 대한위생학회 2대 회장을 역임한 류재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쥐와 파리, 바퀴벌레 등의 해충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쓰레기 무단 투기가 줄어들고, 위생적인 관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쓰레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소아마비 등 수인성 감염병 발생률이 현저히 감소했다. 위생학자들은 이를 두고 한국이 위생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류재근 박사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철저히 해야 수인성 감염병을 근절할 수 있다”는 철칙을 세우고, 고려대학교 김명환 교수, 송종렬 교수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그는 국내외 학회 및 포럼을 통해 한국의 위생 정책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앞장섰다.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쓰레기 관리 시스템
한국의 쓰레기 종량제는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즈와 LA타임즈는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제도를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한국의 종량제 시스템을 효율적인 도시 폐기물 관리 모델로 평가했다.
이처럼 한국이 쓰레기 관리 선진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1994년부터 시행된 시범사업, 철저한 모니터링, 시민단체의 평가 참여 등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5년, 새로운 쓰레기 문제와 과제
쓰레기 종량제는 위생 환경 개선과 자원 순환에 기여했지만, 산업 발전과 생활 방식 변화로 인해 새로운 쓰레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1. 과대포장 증가
2. 카페 및 테이크아웃 일회용품 사용 증가
3. 배달 서비스 확산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폭증
특히 코로나19 이후 배달 문화의 확산은 일회용품 쓰레기 증가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에 따라 종량제 정책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및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향
1995년부터 시행된 쓰레기 종량제는 한국을 환경 선진국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2012년에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되며, 자원 순환 시스템이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쓰레기 종량제 정책을 현대적 환경 변화에 맞춰 개선해야 하며, 재활용 인프라 확대 및 분리배출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 쓰레기 감량 인센티브 도입을 통해 친환경 소비를 장려해야 한다. 쓰레기가 곧 자원이라는 인식을 더욱 확산시키고, 재활용·재이용·재순환이 활성화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쓰레기 종량제 30주년을 맞아, 한국은 보다 발전된 환경 정책과 과학적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환경부와 전국민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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