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Emissions Trading System, ETS)가 도입된 지 10년이 되었다.
정부와 일부 기업들은 이를 ‘기념해야 할 성과’라고 평가하지만, 실제로 기념할 만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크다.
애초에 배출권 거래제는 시장 기능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이지만, 한국 ETS는 설계 단계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배출권 거래제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들에게 일정량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고, 이를 초과하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감축에 성공한 기업은 초과 배출권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시장 원리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이러한 이상적인 원리와 거리가 멀었다. 제도 시행 초기부터 배출권 가격이 낮게 형성되면서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보다는 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정부가 배출권을 과도하게 무상 할당하면서 시장에서 배출권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감축 유인도 약해졌다. 결국 기업들은 적극적인 감축보다는 배출권 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 손쉬운 대응을 선택하게 되었다.
배출권 거래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배출권 가격이 현실적인 수준에서 형성되어야 한다. 유럽연합(EU) ETS의 경우 배출권 가격이 t당 90유로(약 13만 원)를 상회하면서 기업들이 탄소 배출 감축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수준이 되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배출권 가격이 낮게 형성되면서 기업들이 탄소 감축보다 배출권 구매에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또한 한국의 배출권 시장은 규모가 작고 유동성이 부족해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도 있다.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특정 시기에 일부 기업들이 배출권을 사재기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거나, 반대로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불안정한 시장 구조는 기업들이 장기적인 탄소 감축 계획을 세우는 데 장애물로 작용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들에게 일정한 환경 규제를 부과하는 정책인 만큼, 당연히 산업계의 반발이 있었다. 기업들은 “배출권 할당량이 너무 적다”며 지속적으로 정부에 완화 조치를 요구해왔고, 정부는 경제 위기, 국제 경쟁력 저하 등의 이유로 기업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그 결과, 한국 ETS는 탄소 감축이라는 본래의 목표보다는 기업 친화적인 방향으로 운영되었고, 강력한 감축 목표가 설정되지 않았다.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는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제도의 틀은 갖추었지만, 실질적인 감축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제도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반성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만약 정부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ETS를 운영한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도 같은 문제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ETS는 단순한 시장 메커니즘이 아니라 국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이제는 ETS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배출권 거래제의 10년을 자축할 것이 아니라,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전면적인 개선에 나설 시점이다.
< 저작권자 © 환경법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